퇴근하고 노트북을 켜기 전, 저는 먼저 폰의 캡처함과 간단 메모함을 엽니다. 오늘 들어온 자극을 ‘글감’으로 바꿔 넣는 루틴이 이제는 제일 먼저 하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던 링크와 문장이었는데, 수집을 매일 15분, 정리를 15분으로 고정해 보니 작은 파편들이 글의 씨앗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좋다’에서 멈추지 않고 ‘왜 좋았지?’를 붙잡는 순간, 문장은 방향을 얻는다는 걸 배웠습니다.
수집은 가볍게 합니다. 지나가던 트윗의 한 줄, 산책 중 떠오른 질문, 동료가 던진 짧은 피드백, 보고 있던 영수증에 적힌 문구까지 모두 ‘씨앗함’으로 보냅니다. 형식을 요구하는 순간 손이 무거워지기에, 저는 제목만 ‘질문’으로 저장합니다. 예를 들면 ‘왜 늦은 밤에 쓴 글이 더 진솔할까?’처럼요. 질문은 다음 액션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다음날 정리 시간에는 그 질문들 옆에 30자 정도의 제목 스케치를 붙입니다. ‘밤 글쓰기의 심리 – 방해가 줄어드는 시간대 실험’ 같은 식입니다.
정리는 세 가지 단계 레이블로 단순화했습니다. 씨앗(아이디어만 있는 상태), 묘목(본문에 들어갈 두세 문단이 있는 상태), 수확 직전(발행 직전 점검이 남은 상태). 이 레이블은 캘린더와도 잘 맞습니다. 저는 ‘씨앗’을 평일에 넉넉히 모으고, ‘묘목’을 주말 오전에 다듬으며, ‘수확 직전’은 퇴근 후 20~40분 집중 구간에 배치합니다. 실제로 발행 빈도가 늘어난 건 레이블 덕을 본 것 같습니다. ‘무엇을 써야 하지?’에서 ‘어느 레벨의 글을 마무리하지?’로 질문이 바뀌니, 선택지가 줄어들었습니다.
중복 아이디어는 과감히 병합합니다. 비슷한 질문은 한 포스트에서 다층으로 다루는 편이 좋다는 결론입니다. 예를 들어 ‘제목은 언제 정할까?’와 ‘키프레이즈를 어떻게 녹일까?’는 한 글에서 프로세스 흐름으로 정리합니다. 중복을 줄이고 깊이를 얻는 거래입니다. 또한 하루의 ‘에너지 그래프’를 관찰해, 아이디어 발굴은 가벼운 시간대(출근 전, 이동 중), 구조화는 머리가 말랑해지는 저녁 산책 직후, 문장 쓰기는 방해가 적은 늦은 밤으로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글감을 ‘다음 행동’과 묶어둡니다. 질문 옆에 작은 체크박스를 두고 ‘사례 2개 찾기’, ‘스크린샷 1장 추가’, ‘관련 글 링크 붙이기’처럼 보조 과제를 덧붙입니다. 본문 1500자를 채우는 힘은 거창한 영감보다 이런 작은 발걸음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이 루틴이 자리잡으니, 글을 쓰지 않는 날에도 글이 자라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오늘도 15분 수집, 15분 정리를 체크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내일의 저는 조금 더 수월하게 첫 문장을 쓸 겁니다.
📚 관련 글:
[📝 무릉노트 #2](https://murunglab.com/note-2)
[📝 무릉노트 #1 – 나는 왜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는가](https://murunglab.com/note-1)
다음글 예고:
최소 작업 단위(MVU)로 20분 집중 구간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 무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