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노트 #4 – MVU 20분: 최소 작업 단위로 매일 1% 전진

요즘 제 작업은 ‘최소 작업 단위’로 시작합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면 오히려 글이 멀어지더군요. 그래서 타이머를 20분으로 맞추고, 그 시간 안에 반드시 ‘가시적 산출물’을 하나 남기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서론 300자, 목차 5개, 사례 2개, 문장 다듬기 10줄 같은 것들입니다. 중요한 건 모호한 생각을 손에 잡히는 결과로 바꾸는 감각입니다. 20분은 짧아서 부담이 적고, 길어서 집중이 가능합니다. 저에게 가장 잘 맞는 그릇이었습니다.

MVU는 순서를 정리해 줍니다. 저는 보통 1) 제목의 약속 정하기, 2) 독자의 상황 한 줄로 상상하기, 3) 본문에서 반드시 답할 질문 2개 고르기, 4) 사례 한두 개 적기, 5) 결론 미리 쓰기 순으로 진행합니다. 이 다섯 단계 중 어디서든 멈출 수 있고, 다음 20분에 이어 달리면 됩니다. 놀랍게도 ‘완성해야 한다’는 걱정이 사라지면 문장이 빨라집니다. 특히 결론을 먼저 쓰면 본론에서 방향을 잃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장벽을 낮추는 장치도 몇 가지 마련했습니다. 첫째, 타이머는 항상 같은 자리(데스크탑 위젯)에 두었습니다. 둘째, 글쓰기 앱의 템플릿에 ‘한 줄 독자 상상’과 ‘반드시 답할 질문’ 섹션을 고정했습니다. 셋째, 20분 후에는 결과를 구글시트에 체크하고, 다음 20분에 할 세부 과제를 한 줄 남깁니다. 이 작은 의식 덕분에 회전이 빨라졌습니다. 하루가 바쁜 날에도 20분 한 번은 어떻게든 가능하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물론 20분이 만능은 아닙니다. 깊은 리서치가 필요할 때는 20분 블록을 연속으로 두어 60분 집중을 만듭니다. 다만 시작은 언제나 20분입니다. 시작의 진입 장벽이 낮아질수록, ‘오늘은 못 쓰겠다’는 변명은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MVU는 꾸준함의 문턱을 낮춰줍니다. 저는 오늘도 20분 타이머를 눌렀고, 이 문장으로 결과를 남깁니다. 내일의 저는 오늘 쓴 결론을 바탕으로 본론을 다듬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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